스페인 성지 순례길 (까미노 데 산티아고) 이야기

2026. 1. 6. 17:42스페인 성지 순례길 (까미노 데 산티아고) 이야기


반갑습니다. 여러분, 필자는 여러분 모두의 브라더 문도라더입니다.
오늘부터 우리 브라더들과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넘어가는 겨울방학  2016년,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한 친구와 함께 걸었던 스페인 성지순례길의 여정입니다.

전문 글쓴이나 전문 구보인이 아닌 점을 미리 양해해 주시길 바라며,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장장 800km에 달하는 그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날짜도
기억도 흐물흐물해진 그때의 추억을, 이렇게 블로그에 적어보려 한다.
때는 2017년, 고등학교 1학년으로 넘어가던 겨울방학이었다. 당시 베스트 프렌드였던 친구와 함께, 친구 부모님과 필자 부모님의 권유로 스페인 성지순례길에 오르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꽤나 놀라운 결정이지만, 그때의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내 베스트 프렌드는 이미 전년도에 한 번 다녀온 유경험자였기 때문이다. 성지순례길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800km를 걷는 과정이 얼마나 긴 여정인지도 모른 채, 그저 답답함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어떤 자유에 이끌려 부모님의 제안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 없이, 친구와 단둘이 떠나는 50일 남짓의 해외여행.
호기심 많고 무서울 것 없던 사춘기 남자 둘에게 이 제안은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



파리 도착

카타르항공을 타고 경유한 끝에 파리에 도착했다. 유심을 샀는지 안 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파리 시내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고,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파리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내 눈에 비친 유럽 사람들은 무척 자유로워 보였고, 또 친절해 보였다.
큰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남자의 여유, 길 위에서 큰 강아지와 함께 러닝을 하던 남녀, 언제 지어졌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건물들의 양식까지. 그 당시의 유럽은 내 시야에 단번에 들어왔다.

숙소는 한인 민박의 2층 침대, 2인실 도미토리였다.
그조차도 마냥 재미있었다.

무언가를 먹기 위해 마트에 들어갔다. 마트에는 바게트가 가득했다. 크기도, 가격도 제각각인 바게트들. 어떤 것을 집어도 맛있었다. 그저 마트에서 1유로에 산 바게트였을 뿐인데, 나는 그때 유럽의 빵은 다 그런 줄 알았다.

에펠탑을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인터넷이 됐는지 안 됐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설령 됐다 하더라도 몹시 느렸을 것이다. 그렇게 어찌어찌 에펠탑 역에 내려 에펠탑을 찾기 시작했지만, 정작 에펠탑은 보이지 않았다.

골목골목에 갇히며 시야도 함께 좁아졌다. 사방에는 오래된 유럽풍 건물들뿐, 에펠탑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기 시작했다. 처음 누구에게 물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마지막에 길을 알려준 한 할아버지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에펠탑에펠탑’이 아니었다.
에펠탑뚜르 에펠(Tour Eiffel)’, 즉 에펠 타워였다.

그 당시에는 ‘프랑스 사람들은 에펠탑이라고 영어로 말하면 못 알아듣고, 뚜르 에펠이라고 말해야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라는 말 자체가 한국어였다. 영어로는 에펠 타워이니, 혹시 헷갈릴 분들은 참고하시길.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에펠탑을 찾았다.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바글바글했고, 가까이 다가가자 내가 몹시 작아진 느낌이 들었다. 당시에는 울타리 방화벽 설치 이전이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났다’는 마인드로 살던 시절에서, 거대한 구조물 앞에서 내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를 처음으로 체감한 순간이었다.